
뉴스나 SNS를 보다 보면 “아니, 저걸 어떻게 믿었지?” 싶은 경우가 많습니다. 누가 봐도 허술한 주장인데도, 순식간에 퍼지고 사람들을 설득하곤 하지요. 심리학자 티머시 레빈(Timothy R. Levine)이 제시한 Truth-Default Theory(진실 기본 이론)는 이 현상을 잘 설명해 줍니다.
진실은 기본값
사람들은 일상에서 타인의 말을 기본적으로 “사실일 것”이라고 전제합니다. 매 순간 상대를 의심하며 살아간다면 사회적 관계도, 협업도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동료가 “회의는 3시에 시작합니다”라고 하면 사실이라 가정합니다.친구가 “어제 연예인 봤다”고 하면 일단 믿고 듣습니다. 이처럼 신뢰가 기본 모드(default)로 작동하기 때문에 우리는 거짓말을 잡아내는 데 의외로 서툽니다.
미국에서 거짓말을 간파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직업의 사람들만을 모아 실시했던 실험이 있습니다. 실험참가자들 모두가 세관 직원, 경찰, 형사 등 평소 거짓말을 알아채는 것이 일인 사람들이었습니다. 거짓말을 간파하는 데에는 내로라하는 솜씨를 자랑하는 사람들뿐이라 참가자 모두가 자기를 속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자신만만해 했습니다.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세일즈맨의 말을 듣고 그것이 참말인지 거짓말인지를 가려내는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결과를 보면 이들의 적중률은 50% 정도. 50%라면 대충 찍어도 나오는 확률 수준입니다.
프로도 거짓말을 못알아차린다
거짓말을 간파하는 데에 프로라는 이들도 결국 거짓말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프로들이 이 정도라면 보통 사람들이 세일즈맨의 거짓말을 간파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아도 좋겠죠. 이 실험 이외에도 거짓말을 간파하는지 여부를 알아보는 실험들이 다수 있었지만 결과는 대동소이했습니다. 적중률이 좋아봐야 60% 정도였을 뿐 대개는 50% 정도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이러한 실험을 통하여 거짓말을 간파하는 것이 일반인은 물론 프로에게도 간단한 작업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특히 말하면서 코를 만진다든지, 눈을 피하는 식의 단일 동작만으로 거짓말을 알아차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누차 밝혀졌습니다
가짜뉴스가 퍼지는 이유
바로 이 진실 기본값 때문에 우리는 거짓말을 간파하는데 서툴고 그 결과 가짜뉴스가 쉽게 퍼집니다. 사람들은 처음엔 일단 믿습니다. 그러다 모순이나 반박 증거가 나타나야 비로소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즉, 의심은 예외 상황에서만 발동합니다. 이 점이 허위 정보 확산의 토양이 되는 셈이지요. Truth-Default Theory는 단순해 보이지만, 우리의 사회적 신뢰와 허위정보 확산을 동시에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입니다. 신뢰 없이는 사회가 유지되지 않습나다.하지만 그 신뢰가 바로 허위정보의 틈새가 됩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균형입니다. 무조건 믿는 것도, 무조건 의심하는 것도 답이 아니지요.
나는 얼마나 “신뢰 기본형”일까요? 혹시 나도 평소에 잘 속는 편일까요, 아니면 지나치게 의심이 많은 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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