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트패킹이란?
‘코트패킹(court-packing)’이란 정권이 법원, 특히 대법원과 같은 최고사법기관의 구성을 늘리거나 바꿔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사들을 대거 임명하는 것을 말합니다.
겉으로는 “사건 폭증 해소”나 “사법 민주화”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 목적은 대개 정권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판결을 끌어내는 것에 있습니다. 문제는 한 번 시작되면 사법부 독립은 무너지고, 법치는 정권의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는 점입니다.
실패한 코트패킹 – 미국
1930년대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은 뉴딜 법안들이 대법원에서 연이어 위헌 판결을 받자, 대법관 수를 9명에서 15명까지 늘리려 했습니다. 하지만 의회와 여론은 “권력분립의 파괴”라며 강력히 반대했고, 결국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민주당도 2021년 바이든 행정부 시절 대법관을 9명에서 13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보수화된 대법원의 판결 구도를 완화하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 지도부 내에서도 의견이 갈려 실제 입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 교훈: 제도가 견고하게 자리 잡은 민주주의에서는 코트패킹이 실패로 끝난다.
🇦🇷 아르헨티나 – 사법 신뢰 붕괴
페론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린 대법관들을 탄핵하고, 충성스러운 판사들을 임명했습니다. 단기적으로 정권에는 도움이 됐지만, 결국 사법부 신뢰는 무너졌고 정치적 불안정이 심화되었습니다.
👉 교훈: 정권에는 잠깐 유리할지 몰라도, 사회 전체의 법치 기반을 허문다.
🇻🇪 베네수엘라 – 정권 연장에는 성공, 나라에는 파국
베네수엘라 국회는 2004년 5월 ‘대법원 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대법관 정원을 20명에서 32명으로 늘렸습니다.
게다가 대법관 임명 요건이 기존 3분의 2 찬성에서 과반으로 바뀌면서 여당 친화적 대법관들이 대거 임명됐습니다. 이들에 의한 친정권적인 판결이 일관되게 이어지며 삼권분립이 무너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후 법원은 야당 탄압, 언론 억압, 부당 구금을 합법화하는 판결을 쏟아냈습니다.
👉 결과: 정권 장기화에는 성공했지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사실상 붕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국민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 헝가리 – ‘합법적 독재’의 길
오르반 정부는 헌법재판소 권한을 줄이고, 법관 정년을 단축해 대거 교체했으며, 의회 과반을 이용해 헌법까지 바꿨습니다. 결국 헌재는 사실상 정부의 방패막이가 되었고, EU로부터 ‘민주주의 후퇴 국가’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 교훈: 제도적으로는 합법일지 몰라도, 실질적으로는 권력 집중과 민주주의 후퇴.
⚖️ 코트패킹 이후의 공통된 결과
법치주의 붕괴: 법원이 독립 심판자가 아니라 정권의 하위 기관으로 전락.
정치 불안정 심화: 정권 교체 때마다 보복성 제도 개편 반복.
국제 신뢰 상실: 외국 투자자·국제기구는 ‘법원이 공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국가 신뢰를 낮게 평가.
시민 신뢰 붕괴: 국민이 재판을 믿지 않게 되고, 사회 갈등은 해결되지 못한 채 쌓여감.
📌 결론
코트패킹은 단기적으로 정권에게 달콤한 유혹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가 보여주듯,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는 독약입니다. 미국은 이를 제도적 장치로 막아냈지만, 아르헨티나·베네수엘라·헝가리는 정권 연장에는 성공했어도 사회 전체가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나 컸습니다. 재판은 권력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국민 모두를 위한 최종적 심판이어야 합니다. 법원의 독립을 지키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