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는 이제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선택을 대신 내려주고 판단을 보조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검색 결과를 정리해 주고, 대출 심사를 도와주며, 심지어 범죄 재범 위험을 예측하는 데까지 사용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이런 질문을 떠올리게 됩니다. “AI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블랙박스의 불안
오늘날 대부분의 AI 시스템은 블랙박스처럼 작동합니다. 입력과 출력은 알 수 있지만,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채용 과정에서 어떤 지원자가 탈락했을 때, AI가 내린 판단을 당사자도, 심사자도 설명할 수 없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단순한 기술적 불투명성을 넘어, 책임과 권리의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설명 가능성(XAI)의 필요
이 지점에서 강조되는 개념이 설명 가능 AI(Explainable AI, XAI)입니다. AI가 단순히 ‘정답’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그 정답에 이른 과정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인간이 질문할 수 있고,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판단 근거를 드러내야만 사회적 수용성이 확보됩니다.
설명 가능한 AI는 세 가지 가치를 지킵니다.
- 투명성: 결과뿐 아니라 과정도 검증 가능해야 합니다.
- 책임성: 오류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신뢰성: 사용자가 AI를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이해 가능한 선에서 수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간과 제도의 과제
AI의 설명 가능성을 보장하려면 기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법적·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유럽연합은 GDPR(개인정보보호법)에서 이미 “자동화된 의사결정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권리”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공공 영역에서 AI를 활용할 때 설명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습니다. 동시에, AI의 내부 작동 원리를 완전히 공개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현실적 제약도 고려해야 합니다.
결론: “왜”를 묻는 권리
AI는 우리의 삶 속에서 점점 더 깊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우리는 AI에 ‘왜’라고 물을 권리를 가져야 합니다. 답을 듣지 못하는 결정은 민주적이지 않고, 정의롭지도 않습니다.
기술 발전만큼 중요한 것은, 우리가 AI의 판단을 이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일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AI와 공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