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가 왔다고들 말하지만, 정작 많은 사람들은 “우리 사회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은 계속 존재할 것이고, 대폭적인 감원은 노동조합이 막아낼 것이며, 우리 사회의 인맥·관계 중심 구조는 AI가 건드릴 수 없다는 믿음이 여전히 강하다. 하지만 이것은 한국 사회 특유의 사회적 구조가 만들어낸 착시일 가능성이 크다. AI가 바꾸는 것은 ‘관계’ 그 자체가 아니라 관계가 유지해온 권력과 업무 구조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사람들이 AI의 변화를 과소평가하는 이유를 세 가지 관점—인맥, 직업 이기주의, 노동조합—에서 정리해 본다.
1. 인맥 중심 사회가 만든 “AI는 못 바꾼다”는 착각
한국 사회는 기술보다 관계가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사회다. 직장·대학·교회·동창회·지연·학연 등은 삶의 기회를 결정하는 중요한 네트워크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퍼져 있다.
-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인맥은 못 바꾸지.”
- “결국 사람은 사람을 찾는다.”
- “관계의 힘은 기술로 대체되지 않는다.”
맞는 말 같지만, 절반만 맞다. AI는 인간 관계를 대체하지 않는다. 그러나 관계가 지배해온 업무 구조·정보 독점·기회 배분 방식은 무너뜨린다. 예를 들어:
- 대학에 인맥 만들러 간다는 말이 통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AI 기반 글로벌 네트워크가 더 강력한 연결성을 제공한다.
- 교회나 모임에서 사회적 자본을 쌓는 방식 또한 AI 추천·관심 기반 커뮤니티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즉, 관계는 남지만 관계가 갖던 힘은 과거만큼 유지되지 않는다.
2. 직업 이기주의가 만든 “전문직은 가만히 안 있을 것”이라는 오해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집단은 의사·약사·변호사 같은 고소득 전문직이다. 이들은 규제와 면허로 보호받아 왔고, 정치적 영향력도 막강하다. 의대증원도 의사들이 반대하면 제대로 못 하는 사회가 아닌가. 그래서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 “저 직종이 가만히 있겠어?”
- “의사들이 반대하면 의료 AI는 못 들어온다.”
- “변호사들이 가만히 있으면 법률 AI가 가능하겠냐.”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직역단체가 막을 수 있는 것은 국내 규제이지, 기술의 진입 자체가 아니다. 이미 다음과 같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 환자는 국내 의료규제가 제한돼도 해외 AI 의료서비스를 이용한다.
- 기업은 로펌 대신 AI 법무 엔진을 시험 도입하고 있다.
- 약국 상담 전에 AI에게 먼저 묻고 문제가 없으면 그대로 약을 구매한다.
즉, 직업 이기주의는 변화를 늦출 수는 있어도 막지는 못한다.
3. 노동조합이 없는 영역부터 무너진다 — AI-driven Roll-up의 타겟
AI-driven roll-up(기업 통합 전략)이 소규모 회사를 빠르게 흡수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 노동조합 없음
✔ 규제 없음
✔ 기술 도입 저항 없음
✔ 정치적 보호막 없음
즉, AI 자동화를 막기 위한 사회적 방어막이 없는 조직들이다. 그래서 지금 AI 타격이 먼저 나타나는 분야들은 다음과 같다.
- 회계·세무
- 광고·마케팅
- 번역
- 교육·과외
- 디자인
- 부동산 중개
- 컨설팅
- 법률 보조
- 의료 행정
이 업종들이 먼저 붕괴되는 이유는 기술 때문이 아니라 노동조합 부재 + 낮은 정치적 힘 때문이다. 대기업·공공기관·강한 노조가 있는 곳은 뒤에서 무너지며, 방향성은 모두 같다.
4. 정리: 왜 사람들은 AI 시대의 변화를 과소평가할까?
결국 이유는 세 가지로 귀결된다.
① 인맥 중심 문화
→ “AI는 인간 관계를 못 대체한다”는 믿음
→ 관계는 남지만, 관계가 지배하던 구조는 무너진다.
② 직업 이기주의
→ “전문직이 반대하면 도입이 안 된다”는 기대
→ 기술은 규제보다 빠르고, 해외 우회로는 이미 열려 있다.
③ 노동조합 구조
→ “노조가 있는 곳은 안전하다”는 생각
→ 맞다. 그래서 노조 없는 곳부터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중이다.
결론
AI는 ‘사회적 구조’를 정면으로 바꿀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실은 그 구조를 옆에서부터, 아래에서부터, 숨쉬지 못하게 바꿔나가고 있다.
- 관계를 직접 공격하지 않아도
- 직역단체와 노조와 싸우지 않아도
AI는 관계와 직업이 유지해온 업무 구조·정보 독점·조직 권력을 조용히 붕괴시키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변화를 과소평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제 변화는 훨씬 더 넓고 깊으며,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