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고양이의 둥근 눈, 강아지의 통통한 발, 판다의 느릿한 몸짓. 우리는 이런 장면을 보면 본능적으로 미소 짓습니다. 왜일까요? 심리학과 진화생물학은 그 이유를 ‘아기 스키마(baby schema)’에서 찾습니다.
아기 스키마는 오스트리아의 동물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가 제시한 개념으로, 큰 눈, 둥근 얼굴, 작은 코와 입, 부드러운 피부와 같은 특징이 돌봄 본능을 자극한다는 이론입니다. 이런 특징은 인간 아기뿐 아니라 새끼 동물, 심지어 캐릭터 디자인에도 나타납니다. 미키마우스나 푸바오가 점점 더 귀여워진 이유도,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를 크게, 눈을 더 크게 그렸기 때문입니다.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귀여움은 생존 전략입니다. 아기의 귀여운 외모는 양육자의 관심과 보호를 유도하고, 돌봄 행동을 강화합니다. 인간뿐 아니라 일부 동물에서도 새끼의 귀여움이 부모의 보호 행동을 높이는 경향이 관찰됩니다.
심리학적으로는 귀여움을 보면 도파민과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지고, 친밀감이 형성됩니다. 그래서 ‘귀여움’은 단순히 감각적 즐거움이 아니라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감정적 촉매입니다. 귀여운 동물을 함께 보는 것만으로도 대화가 늘고, 협력 행동이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하지만 귀여움에는 ‘함정’도 있습니다. 귀여운 외모가 그 대상을 무조건 긍정적으로 보게 만들 수 있어, 냉정한 판단을 흐릴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귀여운’ 동물은 보호받지만, 덜 귀여운 동물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 보존에 소홀해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결국 귀여움은 우리 마음속 깊이 새겨진 돌봄의 언어입니다. 귀여움을 느끼는 감각은 관계를 만들고, 지키고, 확장시키는 힘입니다. 그리고 이 감각을 아기 동물에게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과 사회적 약자에게까지 확장할 수 있을 때, 귀여움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드는 도구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