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일보의 한 과학 칼럼이 단순한 논평을 넘어 한국 사회의 AI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다.“AI 쓰면 커닝인데 AI 강국이 되겠나.” 이 문장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혼란의 본질을 정확하게 찌른다.
1. AI는 ‘부정행위 도구’인가, ‘문해력 도구’인가
한국의 학교, 공공기관, 기업 중 상당수는 여전히 AI 활용을 금지하거나 의심한다. 학생이 글을 쓸 때 AI를 쓰면 ‘커닝’이고, 보고서에 AI가 들어가면 ‘성의가 없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세계는 정반대 흐름이다. 미국·영국·EU의 주요 대학들은 이미 과제 자체가 AI 활용을 전제로 설계되고 있고, 기업은 AI를 적극적으로 쓰는 사람을 더 높은 퍼포머로 평가한다. 오늘날 AI는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지식의 확장과 사고 보조를 위한 기본 도구가 되었다.
계산기가 처음 나왔을 때 “수학 실력이 떨어진다며 금지하자”고 했던 초기 인식과 닮았다. 그런데 한국은 여전히 계산기를 압수하는 시대적 감각에 머물러 있다. 이 상태에서 어떻게 세계와 경쟁하겠는가.
2. AI 금지 규범은 ‘규범의 역설’을 만든다
AI를 금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스스로 해야 한다.” “외부 도움은 공정하지 않다.” 그러나 이 규범은 새로운 역설을 만든다.
- AI 사용 금지 → 리터러시·생산성 격차가 더 커짐
- AI 문해력을 키울 기회 박탈 → 결국 국제 경쟁력에서 뒤처짐
AI를 못 쓰게 하면 ‘공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능력이 제자리걸음이 되고 국가 경쟁력이 떨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직접 해라’가 아니라, AI와 협업해 더 높은 수준의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을 기르는 것이다.
3. AI 금지는 “과거의 기준으로 미래를 재단하는 행위”
한국 사회는 여전히 “스스로 만든 문장만 진짜 지식”이라는 관념이 강하다. 하지만 AI 시대에 인간의 역할은 바뀌었다.
- 인간의 역할: 문제를 정의하고 방향을 정하는 상위 사고
- AI의 역할: 자료 조사 · 요약 · 초안 · 수치 정리 등 하위 반복 작업
이제 글쓰기, 분석, 요약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협업의 형태가 변했을 뿐이다. 이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교육도, 기업도, 국력도 모두 뒤처지게 된다. 지금 한국이 딱 그 기로에 서 있다.
4. AI는 “창의력의 시작점”이지, 커닝 도구가 아니다
AI를 쓰는 것이 커닝이라는 인식은 “창의성 = 아무도 안 도와주는 상태에서 나오는 것” 이라는 오래된 믿음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실제 창의성 연구는 정반대다.
- 창의성은 아이디어 조합, 확장, 변형 속에서 나온다.
-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풍부한 입력과 빠른 탐색 능력이다.
- AI는 바로 이 두 요소를 강화시킨다.
AI는 “정답을 대신 내주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사고 폭을 넓혀주는 지적 파트너이다.
5. 한국이 AI 강국이 되려면?
정말 단순하다. AI를 금지하는 나라에서 AI 강국이 나올 리가 없다. 세계 AI 선도국들의 공통점은 다음 한 줄로 요약된다.
“규제는 하되, 금지는 하지 않는다.”
한국의 문제는 AI 자체가 아니라 AI를 바라보는 ‘규범적 시선’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AI를 쓰면 커닝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AI와 함께 사고하고, 함께 분석하고, 함께 지식을 만들어내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단순한 사용자가 아니라 AI 시대의 창조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