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감사의 말을 마음속에 품고도 꺼내지 못한 채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에 말하지 뭐” 하다가, 그 다음은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Psychology Today에 실린 Andy Chaleff의 글, 〈The Letter That Rewired My Brain〉은 바로 그런 순간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를 보여줍니다.
마지막 순간에 전한 감사
Chaleff는 18세 시절, 어머니에게 감사의 편지를 썼습니다. “어머니가 내게 준 사랑과 웃음, 그리고 믿음이 고맙다”는 평범하지만 진심 어린 문장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편지를 보낸 지 몇 시간 뒤, 어머니는 음주운전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편지는 어머니가 살아 있을 때 마지막으로 전해진 감사의 말이 된 셈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그 편지가 없었다면 나는 평생 후회 속에 살았을 것이다.” 감정은 표현되지 않으면 미완의 짐이 되어 우리 안에 남습니다. 반대로, 표현된 감정은 때로 우리의 삶 전체를 구원합니다.
감사가 뇌를 바꾼다
이 경험은 단순히 개인적 감동에 그치지 않습니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감사 편지를 쓰는 행위는 뇌의 특정 회로를 실제로 자극하고 강화합니다. 감사를 표현하면 공감, 정서 조절, 연결감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됩니다. 편지를 보내지 않아도 쓰는 과정 자체가 스트레스를 줄이고, 우울을 완화하며, 심리적 안정감을 높여줍니다.
연구에 따르면 감사 편지를 직접 전달한 사람들은 행복감이 유의미하게 증가했습니다. 즉, “감사하다”는 마음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순간, 우리의 뇌는 긍정적 경험을 더 강하게 각인하고, 그 회로를 확장해 나가는 셈입니다.
말하지 못한 감사가 남기는 무게
Chaleff는 이후 세계 곳곳에서 ‘마지막 편지 쓰기’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어느 참가자는 40년 넘게 연락하지 못한 가족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며 “평생 지고 다니던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 사이에 정은 깊지만, “고맙다”는 말은 유난스러울까 망설입니다. 직장에서 동료에게, 혹은 자녀에게도 감사를 표현하기보다 속으로만 삼킵니다. 하지만 그 말 한마디가 남겨지지 못할 경우, 후회와 아쉬움으로 남아 우리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감사 표현이 어려운 이유
그렇다면 왜 감사의 말을 꺼내는 게 이렇게 어려울까요? 한국 문화는 겸손과 간접적 표현을 중시해, 직접적인 감사 표현이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고맙다”는 말이 상대에게 부담을 줄까 걱정하기도 합니다. 혹은 관계가 삐걱거릴 때, 감사 표현이 곧 용서나 화해를 의미한다고 오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감사는 곧 용서가 아닙니다. 상처가 있는 관계라 해도, 그 속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인정하는 표현일 뿐입니다.
한국에서 해볼 수 있는 감사 연습
- 작게 시작하기
부모나 배우자처럼 가까운 대상이 부담스럽다면, 선생님·친구·동료처럼 고마웠던 인물부터 떠올려 보세요.
- 편지를 보내지 않아도 괜찮다
노트에 감사 편지를 써 보는 것만으로도 뇌에 긍정적 효과가 나타납니다. 실제로 전달할 필요는 없습니다.
- 일상에 감사 노트 만들기
“오늘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받아 감사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위로가 됐다” 같은 사소한 경험을 적어 보세요.
- 직접 말하기 실습
하루에 한 번은 주변 사람에게 “고마워요”라는 말을 건네 보세요. 어색함은 곧 사라지고, 관계가 훨씬 부드러워집니다.
맺으며
Chaleff의 경험은 감사 표현이 단순한 예의범절이 아니라, 우리 뇌와 삶을 바꾸는 힘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정직한 감사 한마디는 관계를 회복시키고, 마음의 짐을 덜어주며, 무엇보다 우리 자신을 치유합니다. 혹시 마음속에 전하지 못한 감사가 있나요? 그렇다면 오늘, 단 한 줄이라도 써 내려가 보시길 권합니다. 그 편지가 누군가의 마음을, 그리고 당신의 뇌를 바꿀지 모릅니다.
👉 이 글은 Psychology Today의 〈The Letter That Rewired My Brain〉(Andy Chaleff, 2025.9.24)를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