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20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지역별 기혼여성 고용 조사’에서 우리 사회의 중요한 변화가 하나 확인되었다. 바로 기혼여성(15~54세)의 고용률이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고용 참여가 늘고 경력단절 여성도 감소하는 흐름은 분명 희망적인 신호다. 하지만 세부 지표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풀리지 않은 구조적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다. 이번 조사는 한국 사회의 ‘일·가정 양립’이 어디까지 왔고, 무엇이 여전히 걸림돌인지 잘 보여준다.
1. 고용률은 오르고 있다 — 의미 있는 상승
2025년 상반기 기준, 기혼여성 고용률은 67.3%로 전년 대비 1.3%p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기혼여성의 고용률(64.3%)은 전년보다 무려 1.9%p나 올랐다. 이 변화는 단순한 경기 요인이라기보다
- 보육 서비스 확충
- 돌봄 지원 확대
- 유연근무제 확산
- 여성 고용 장려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2. 경력단절 여성은 줄어들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지점은 경단녀(경력단절 여성) 숫자가 뚜렷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 전체 경단녀 수: 110만 5천 명 (전년 대비 약 11만 명 감소)
-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경단녀: 88만 5천 명 (전년 대비 약 8만 5천 명 감소)
- 경단녀 비율: 14.9% (역대 최저 수준)
여성들이 결혼·출산 이후에도 노동시장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정책적·문화적 변화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3. 그러나 ‘자녀가 어릴수록’ 고용률은 여전히 낮다
상승세 속에서도 자녀 연령에 따른 고용률 격차는 뚜렷하게 확인되었다.
- 자녀 6세 이하 → 57.7%
- 자녀 7~12세 → 66.1%
- 자녀 13~17세 → 70.4%
즉, 영유아 자녀의 돌봄 부담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남아 있다.출산 장려 정책이 많아졌음에도 ‘육아 초기의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다는 뜻이다.
4. 자녀 수가 많을수록 고용률이 낮다
자녀 수와 고용률의 관계도 단순하지만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 자녀 1명 → 64.6%
- 자녀 2명 → 64.6%
- 자녀 3명 이상 → 60.6%
즉, 아이 수가 늘어날수록 직장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구조가 명확히 드러난다. 다자녀 지원 정책이 많지만, 현실적으로 “일을 지속하기 어려운 환경”은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5. 경력단절의 이유는 여전히 똑같다: 육아, 결혼, 출산
경단녀가 직장을 그만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육아: 44.3%
- 결혼: 24.2%
- 임신·출산: 22.1%
즉, 경력단절의 본질적 요인은 여전히 가사·돌봄 역할의 여성 집중화다. 그리고 단절 기간도 길다.
- 경단 10년 이상: 42.1%
- 5~10년: 22.3%
‘한 번 빠지면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는 현실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6. 무엇이 필요할까 — 정책적 함의
이번 조사는 한국 사회가 여성 고용을 둘러싼 환경을 얼마나 개선해 왔는지 보여주는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도 뚜렷이 제시한다.
① 영유아 돌봄 공백 해소는 여전히 핵심 과제
가장 큰 고용률 격차는 ‘자녀 6세 이하’에서 발생한다. 결국 해결책도 명확하다.
- 국공립·시간제 보육 확대
- 야간·주말 돌봄 강화
- 긴급돌봄 제도 현실화
이런 정책이 선행될 때만 출산과 노동이 양립될 수 있다.
② 다자녀 가구의 노동시장 진입을 지원해야 한다
세 자녀 이상 가구의 고용률 하락은 구조적 신호다. 단순한 출산 장려금보다 일·가정 양립 인프라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③ 장기 경력단절 여성의 노동시장 복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10년 이상 단절된 여성의 복귀는 사실상 재취업에 가깝다. 재교육·재취업 프로그램은 물론, 기업의 채용 인센티브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마무리: 숫자 속에서 드러난 한국 여성의 현실
이번 조사는 한편으로는 긍정적이고, 또 한편으로는 매우 현실적이다.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역사적 수준으로 증가했지만, 돌봄 부담과 자녀 수·자녀 연령에 따른 구조적 격차는 여전히 매우 크다. 즉, 한국 여성들의 노동시장 참여를 가로막는 장벽은 낮아지고 있지만, 그 장벽 자체는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더 성숙한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문제로서 이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