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의식이란?

뇌와 의식 2007/03/13 21:31 posted by Rokea

 앞에서 보았듯이 임사체험은 사람의 가치체계를 변화시킨다.
 
특히 임사체험이 가져오는 가치의 변화는 그냥 단순한 변화 정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가치체계를 근저로부터 뒤엎어버리는 브레이크쓰루 수준이다.

변화의 방향도 대단히 긍정적이다.

임사 체험자들이 체험 후에 바뀌는 인간형이란 거의 모든 종교가 이상으로 삼고 있는 신자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또한 자기실현한 사람들의 가치체계와 기본적으로는 동일한 구조를 보여줄 정도로 가치 진화라는 면에서도 이상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남는다. 임사 체험과 같은 절정 체험이 삶에 대단히 긍정적이고 가치변화에 필수적이라고는 하더라도 누구나 겪을 수는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임사체험이 삶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모든 사람보고 죽어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누구나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도 아니거니와 또 어떻게 해야 거의 죽는 수준까지 갈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임사체험과 같은 수준의 절정체험, 그것도 누구나 비교적 쉽게 그리고 안전하게 경험할 수 있는 절정 체험은 없는 것일까?


물론 없지는 않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 방법들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에 우선 임사체험이 일어나는 변성의식이라는, 우리의 일상 의식과는 전혀 다른 의식 상태를 먼저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상의식이 오히려 이상하다


우리의 일상 의식이라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다. 그 밑 부분에는 과학적 해명을 거부해온 미지의 과정이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변성된 의식 상태(altered states of consciousness)이다.


신경생물학은 우리의 일상 의식이라는 것이, 단지 이러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 적정하다고 여겨지는 외부 자극을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존재할 뿐이라는 것을 가르쳐준다. 이러한 자극보다 강하거나 약할 때 우리의 의식은 일상의식의 범위를 벗어나 또 다른 의식 상태로 접어들게 된다.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에 마주치면 사람들은 흔히 실신하고는 한다. 이러한 실신과 같은 의식 상태를 변성의식이라고 부른다.


일찍이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이미 1백여 년 전 “종교적 체험의 다양성”이라는 책에서 우리의 일상 의식이라는 것이 사실은 아주 특별한 의식 상태라는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가 합리적인 의식 상태라고 부르는 정상적인 각성 상태의 의식은, 아주 얇은 막에 의해 의식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단지 하나의 특별한 의식 상태일 뿐이다. 반면에 거기에는 잠재적 형태의 의식상태가 전혀 다른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 (중략) 이러한 형태의 의식 상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일상적 의식 상태와 단절되어 있기 때문이다”


상태 개조

 

“킹스 엑스”, “토미”, “크라임 오브 패션”으로 유명한 켄 러셀이 감독했던 상태개조(Altered States)라는 SF 영화가 있었다. 특수한 부유탱크에 떠있는 상태로 약물을 복용하여 과거의 기억을 되돌리려는 주인공. 그는 자신의 탐구로부터 생명의 근원까지 찾아내려고 강력한 환각제를 복용한다. 세포의 기억을 거슬러 가는 동안 그는 유인원으로 역진화해 간다.


이 영화는 흥미로운 제재와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연출의 미숙으로 흥행에는 실패했던 작품이다. 윌리엄 허트와 드류 베리모어가 데뷔한 것으로도 이 영화는 유명하다.

이 영화는 SF이긴 했지만 상상이 아니라 사실은 이미 진행되었던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저명한 뇌과학이자 의식연구가였던 존 C. 릴리 박사의 연구에서 이 영화는 힌트를 얻었다. 격리탱크를 만들어낸 것도 환각제를 먹고 역진화를 본 것도 릴리였다. 모두가 실화라는 이야기이다. 다만 릴리의 격리 탱크는 영화에 나오는 것만큼 거창하지는 않다. 방 한구석에 놓아둘 수있을 정도로 크기가 작다.


이 탱크는 빛과 소리를 완전히 차단한다. 보이는 것은 어둠 뿐이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또한 이 탱크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중력의 효과마저 차단하고 있다. 물에 황산마그네슘 용액을 넣어 누구나 쉽게 물에 뜨게 함으로써 중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처럼 이 탱크 안에서는 누구나 완전한 감각차단 상태에 놓여지게 된다.


 탱크 속에서 부유한다는 것은 일상의 다양한 소음으로부터 마음과 몸을 완전히 해방시킨다는 것을 의미했다. 릴리가 탱크 안에서 체험한 것은 과학적 상식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자기의 심연에 펼쳐지는 미지의 감각세계였다. 이 세계가 영화 상태개조에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물론 상업적인 흥미를 끌 수 있는 것들로 국한되어 있지만... 


릴리는 격리탱크가 가져다주는 의식세계를 더욱 더 깊이 탐구하고자 환각제를 복용하고 탱크 속을 부유하곤 했다. 환각제를 복용하고 탱크에 들어가면 마음의 존재가 점점 커져 우주전체로 펼쳐지는 마음의 네트워크와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을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하여 릴리는 마음이란 뇌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깥으로 펼쳐지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된다. 릴리가 격리탱크에서 경험했던 것이 바로 변성의식이다.


우리가 겪을 수 있는 변성의식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다. 가장 쉽게 그리고 흔히 겪는 변성의식인 꿈으로부터 임사체험에 이르기까지 변성의식은 다양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