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멘시아

부끄러움을 잃은 시대 본문

심리학으로 읽는 우리 사회

부끄러움을 잃은 시대

umentia 2025. 7. 18. 07:33

요즘 사람들은 잘못을 해도 고개를 숙이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도 뻔뻔하게 웃고,  
거짓이 드러나도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사과는 힘을 잃었고,  
반성은 전략이 되었으며,  
부끄러움은 감춰야 할 약점처럼 여겨집니다.


하지만 원래 수치심은  
타인과의 관계를 지키기 위한 본능적인 감정입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폐를 끼쳤을 때,  
혹은 어떤 기대를 저버렸을 때 느끼는  
그 불편함과 울컥함이 바로 수치심입니다.

수치심은 ‘나’보다 ‘우리’를 의식하게 만들고,  
‘체면’이라는 이름으로 공동체의 경계를 세워 왔습니다.  
그 감정이 있었기에 우리는  
함부로 말하지 않고, 함부로 행동하지 않으며,  
서로의 얼굴을 살피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그 감정을 약하다고 여기고, 불필요하다고 취급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창피해하지 않는 것이 용기”처럼 포장되기도 합니다.

수치심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무례함, 무감각함, 그리고 무책임입니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을 보면,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잘못 앞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모습이 더 낯설고 무섭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작동하며,  
왜 지금 다시 그것을 회복해야 하는지를 더 깊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 블로그에서 저는,  
잃어버린 감정들에 대해,  
그리고 그 감정이 사라진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를  
차근차근 써 내려가 보려 합니다.